
2025년 상반기 연예계는 ‘정치 참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정의됐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12월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연예인들은 올해 6월 대선까지 전례 없는 적극적 정치 참여를 보였다.
지드래곤, 계엄령 직후 첫 번째 메시지
지낸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45년 만의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SNS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이어졌다. 작가 하상욱이 4일 자신의 SNS에 “그냥 알아서 제발 꺼져라”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시를 게시하자, 가수 지드래곤이 ‘좋아요’를 눌렀다.
짧은 클릭 하나였지만 그 울림은 작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지드래곤다운 소신 있는 행보”, “비상계엄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연예인이 메시지를 남긴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반응했다.
박찬욱·아이유·이승환, 집회 현장에 직접 나서다
아이유는 탄핵 집회 참석 팬들을 위해 빵 200개, 음료 200잔, 떡 100개, 국밥 200그릇을 선결제하며 시민들을 응원했다. 이후 그는 ’좌이유(좌파+아이유)’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고,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불매운동과 악플 테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가수 이승환은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서 직접 공연을 펼쳤다. “저는 탄핵집회 전문 가수”라며 자조적으로 말하면서도, “영원히 이런 집회 무대에 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이 외에도 신소율, 오동민, 옥자연, 공서영, 핫펠트, 한예리, 장동윤, 손수현, 고민시, 표지훈(피오), 김재욱, 안보현, 이준혁, 토니안, 이동욱, 변기수, 노제, 이상미, 고원(이달의 소녀), 이채연, 지드래곤, 정영주, 서현, 스윗소로우, 김윤아, 송선미, 남윤수, 최민식, 김이나 등이 집회 참석, 선결제, SNS 응원 메시지 등으로 동참했다.
김흥국 vs 이승환, 탄핵 인용 후 엇갈린 반응
가수 김흥국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직접 선고 결과를 지켜본 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캐나다 시민권자인 가수 JK김동욱 역시 “2060년 대한민국이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보다 더 빨리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탄핵을 지지해온 연예인들은 환영 메시지를 쏟아냈다. 배우 이기영은 “주권자를 향해 총구를 겨눈 행위를 했기에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고, 가수 이승환은 “우리의 헌법은 정교하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굳건하다. 대한민국 만세”라며 축하했다.
배우 김규리는 “파, 면”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라면에 파가 올라간 사진으로 위트 있는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신소율은 “모두 축하해요. 우리 앞으로 모두 함께 열심히 바르게 잘 살아요”라며 기쁨을 나타냈고, 배우 이동욱은 “아휴 이제야 봄이네. 겨울이 너무 길었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카리나·아이유·송혜교, 대선 정국의 새로운 아이콘
6월 대선을 앞두고 연예계의 정치적 분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특히 카리나, 아이유, 송혜교 등 여자 연예인들의 사소한 SNS 활동마저 ‘정치 프레임’에 즉각 포섭되며 상징적 의미를 부여받았다.
카리나는 5월 27일 붉은 숫자 ‘2’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장미 이모티콘과 함께 올린 사진으로 보수 진영 지지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게시물은 곧 삭제됐지만, 보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보수의 아이돌’로 소비되며 ‘MAGArina’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아이유는 사전투표 인증샷에서 모자, 마스크, 상의를 모두 무채색으로 통일해 정치색 논란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과거 탄핵 집회 선결제 기록과 맞물려 여전히 진보 진영의 대표 아이콘으로 분류되고 있다.
배우 송혜교는 이재명 후보의 인사정책 관련 뉴스 릴스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조용한 소신 표현이라는 해석과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다는 반응이 엇갈렸지만, 그녀의 SNS 활동 역시 정치색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처럼, 2025년 상반기 연예계는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나 새로운 참여의 지평을 열었다. 팬덤 중심의 젊은 세대가 정치에 적극 참여하면서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 상징으로 해석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가 진정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인지, 단순한 상징적 소비의 대상인지에 대한 분별과 책임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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